사실상 메이지나 다이쇼는 일본판 펑크 장르로 분류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물론 우리는 일제시대 생각 때문에 거부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근대와 근대의 경계선이 가지고 있는 기묘한 매력이 일본인들 본인들에게는 강하게 인상을 남기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메이지, 다이쇼(여기에 쇼와….ㅜㅜ)는 좋은 시절만은 아니었다. 왜놈들이 한반도에서 쌀 공출해 배때지
불렸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정작 일본 농민들은 도회지로 올라가 투기 열풍에 올라탄 지주들에 휘둘리며 굶주
리며 살았고 한반도에서 쌀이 수입되자 쌀값 폭락에 시달리기도 했다.
바람불다에서도 보았듯 대부분의 도시빈민들은 밤늦데 맞벌이를 해야 했고 배고픈 아이들은 부모가 돌아
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다이쇼 데모크라시가 순식간에 끝난 이후에 차츰 사상통제도 강화되고 특히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한반도에서도 악명을 떨친 특별고등경찰은 원래 일본 내에서 악명을 떨치던 집단이었다. 여기에 육군 헌병은 덤이다. 유럽 각국에는 헌병이 경찰 노릇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일본도 이 선진문물(!) 도입한다고 그랬던 것이다. 덕분에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는 헌병경찰 도입하자면 난리가 난다. 프랑스, 이태리에서는 그냥저냥 잘 돌아가는 헌병경찰제도가 한국 심지어 일본에서는 압제의 상징인 것이다.
아뭏든 서론이 길어졌는데 물론 낭만으로만 치부하기는 괴롭긴 하지만 원래 낭만이란 괴로운 이야기 속에서 싹트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과거의 노스탤지어를 그저 민족의 시련 운운하며 암울하게만 포장하기만 하기에는 이제 너무 시대가 지난게 아닌가 싶다.
해외에서는 스팀펑크, 디젤펑크, 아톰펑크 등의 특정 에라(Era)를 과장해서 그려내는 펑크 장르가 자리를 잡는 바, 사실 이는 메이지-다이쇼 로망도 이런 부류에 해당된다. 이러한 시각에서 한국 근대사를 이런 펑크
스타일로 재해석하면 놀랍게도 한국의 문화사에서는 이미 이러한 부분들에 주목하고 있긴 했다는 게 드러난다. 나는 여기에 개인적인 명칭을 붙여 분류해 보고자 한다.
일제강점기 펑크
일제강점기 배경으로 독립투사들과 일본 경찰-군의 대결을 주로 다루는 장르, 보통 독립운동 다루는 영화가 대부분 이런 장르고 놈-놈-놈 같은 영화는 독특한 변주에 가깝다. 놈-놈-놈은 만주 웨스턴이라는 하위 장르로 일제시대 만주를 배경으로 독립운동가-일제-마적이라는 삼각관계를 자주 다룬다.
해외의 펑크 장르로 치면 스팀펑크 끝물에서 디젤펑크로 넘어가는 부분, 기신병단이라는 애니를 생각하면 된다. 잘하면 국내에서도 이런 영화가 나올 수도 있을 듯 한데….
해방펑크
해방공간을 배경으로 민족진영 우익과 공산진영의 갈등이나 이후 벌어지는 6.25, 그 이후의 이승만 독재와 4.19에 이르는 기간을 다룬다.
야인시대 2부가 바로 이 장르의 대표작. 근래의 정년이도 이 배경이다. 한국전을 다루는 영화들도 꽤 많다.
해외 장르로 치면 디젤-아톰펑크 어딘가
유신펑크
5.16 이후 군사 정권하에서 중공업 육성정책에 의거 고도경제성장을 이루는 한편 정치적으로는 자유가 퇴색된 시절을 다루는 장르.
특기할 만한 부분이라면 당대 베트남 참전으로 인해 베트남전을 다룰 수도 있다. 오일쇼크도 경험했으며 의외로 많은 일들이 벌어진 것과는 다르게 뭔가 현대 한국의 문화계에서는 뭔가 다뤄지는 일은 드문 것 같다.
국제시장의 중반부가 이 장르이고 남산의 부장들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다.
해외 장르로 치면 아톰펑크-포마이카 사이의 어딘가
88펑크
어떤 의미에서는 상당히 할 말이 많을 수 있는 장르 과거로 돌아가면 70년대, 주로 80년대의 급속도로 도시화, 특히 아파트화되어가는 지역들(주로 강남)을 무대로 하며 여전히 군사정권이 이어진다고는 하지만 88올림픽을 기점으로 좀 더 분위기가 밝아지는 시기의 장르다. 밝게 다루면 당대 서민들의 일상이 다뤄질 수 있고 어둡게 다루면 삼청교육대 등의 당대의 부조리기 주로 다뤄진다.
특히 건설현장이 자주 나오며 액션씬이 건설현장에서 자주 촬영된다. 과장된 액션(성룡, 이소룡 등의 영향)도 특징, 과거 어린이 드라마의 추리물,SF 등이 여기에 속하며 우뢰매, 태권브이 등도 여기에 속한다. 사실 진정한 한국의 “쌈마이”, B급정서의 고향이기도 하다.
해외로 치면 포마이카-스틸펑크
90펑크
한국형 펑크 장르 중 가장 밝은 분위기가 될 수 있는 장르, 단 97년까지로 이후에는 IMF라는 암울함이 기다린다.
또한 풍부한 문화적 영향이 존재하는 가능성의 장르로 예를 들어 TV 애니메이션이라든가, 당대 도입되던 PC 게임, 음악(서태지와 아이들) 등등 다양한 문화적 영향의 시대이다. 비디오의 전성기이기도 하다.
특히 97년을 중요한 시기로 보는 듯 하다. 물론 IMF라는 나락이 있긴 했지만 일부 서브컬쳐를 보는 시각에서는 이 시기를 중요하다 보는 듯도 하다.
대표격으로는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이건 좀 늦는데….) 응답하라 1994, 1997이 있다.
코리안 사이버펑크(Korean Cyberpunk)
2000년대 IMF를 신자유주의 경제를 표방하며 극복하고자 하였고 IT산업이 경제의 주축이 되면서 인터넷이 급속히 보급되는 2000년대 이후를 그리는 장르
게임업계 이야기가 자주 나오고 여기에 서브컬쳐도 끼어든다. 얼핏 밝아 보이지만 IMF, 그리고 노동의 비정규화가 얽혀 빈부격차가 발생하는 사이버펑크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정작 현실은 대한민국은 그다지 빈부격차가 큰 나라는 아니라고…..)
대표작은 열광금지 에바로드, 키코게임즈, 송곳(!) 등이 있다.
그 외
포스트 노스코리아(Post North Korea)
북한이 동독마냥 붕괴하든가 해서 휴전의 의미가 사라진 세계가 배경, 대개 붕괴 혹은 개방된 북한은 자본주의의 병폐에 찌들어가고 남한 사회는 무력하게 끌려가는 것으로 묘사된다. 위의 우리의 소원은 전쟁이 대표작
한국 VS…..
90년대 톰 클랜시 소설, 남벌,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등을 통해 부상한 장르로 한국군이 일본에서부터 중국, 최종보스 미국까지 손보며 다닌다는 (……..) 장르, 사실상 한국판 가공전기다. 지금은 꽤 식었지만 90년대 말~2000년대 초에는 꽤 핫한 장르였다.
위의 데프콘을 대표작으로 치는 듯 하다.
헌터물
일본의 라노베의 전기물, 서구의 고스펑크와 유사한 한국 장르지만 헌터들이 국가에 등록된다든가 자격증이 있다든가 던전탐사라든가 뭔가 갖다 붙인 듯힌 느낌이 많이 드는 장르이기도 하다. 국내 웹소설-웹툰의 한 축을 차지하는 듯 하다.
대강 논하자면 이정도인데 왠지 한국은 미래를 다루는 장르는 없는 듯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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